스킨십과 대화는 신뢰를 돈독하게 한다. 모든 생물은 생명력이 담긴 터치를 필요로 합니다. 영장류는 동료의 털을 골라주고, 갓 태어난 강아지도 어미가 핥아줄 때 비로소 숨을 쉬고 배변을 합니다. 인도에서는 아기가 아플 때 엄마가 아기의 살을 비비고 몸을 만져주고 쓰다듬어서 병을 낫게 한다고 합니다.
영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위니컷은 40년간의 임상 실험을 통해, 부모가 어린 자녀를 안아주는 것은 아이로 하여금 부모와의 관계를 견고하게 형성시켜주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우리 아기는 안아줘야만 잠이 든다니까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런 일이 많습니다. 아기는 울다가도 엄마가 안아주면 울음을 그칩니다. 부모에게 안겨 있을 때 아기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되고, 그로써 자존감과 자신감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그 반대로 어렸을 때 부모의 안아주기나 스킨십이 부족했던 아이는 분노와 공포심을 갖기 쉽고, 이것이 그의 성격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합니다. 부부간에도 서로 포옹을 많이 하는 부부가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서로 조건 없이 안아주는 행위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닫힌 마음을 열리게 하고, 보다 친밀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평소 부부끼리, 부모 자식 간에 많이 안아 주고, 손잡아주고, 등을 두드려주고, 어깨를 쓰다듬어주면 이것이 사랑의 표 현이 되고 사랑의 위로가 됩니다.
안아주기만큼 효과가 있는 터치가 또 있습니다. 바로 대화입니다. 효과적인 대화를 하는 경우, 대화하는 사람 모두 자신이 사랑받고 있으며 인격적으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불만이나 원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마음속에 쌓아두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없으면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외부 스트레스 같은 자극에도 잘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가족 간의 대화가 너무 부족합니다. 청소 년보 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22%가 하루에 1분도 아버지와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상 대화한다고 대답한 나머지 학생들의 대화 내용을 보면,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배고파요, 밥 주세요.” “밥 먹었니?” “언제부터 공부할 거니?”와 같은 일상생활의 질문과 대답을 하는 경우가 70%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화를 하더라도 대화의 질이 그만큼 낮다는 겁니다.
이렇듯 아주 짧은 시간의 의례적인 대화로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아무런 교감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는 대화를 하지 않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대화가 없거나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는 대화를 하는 가족은 의사소통이 원만하지 못해 쉽게 갈등이 발생하고 문제 해결도 잘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감도 적어서 대인 관계를 맺거나 공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쉽습니다.
아이와 대화를 하려고 해도 할 말이 별로 없어요.” 이렇게 말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칭찬과 격려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얼마든지 틀 수 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칭찬과 격려를 받은 사람은 자신이 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의 문을 쉽게 엽니다. 대화도 자꾸 해야 늘어납니다. 대화를 거의 안 하다 보면 대화한다는 행위 자체가 쑥스럽게 느껴지고, 할 말도 없게 됩니다. 가족끼리 칭찬할 거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준비물을 잘 챙기거나 숙제를 마쳤을 때, 엄마가 맛있는 반찬을 해줬을 때, 아빠가 쓰레기를 치웠을 때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고마움에 대해 칭찬하면 되는 거죠. 또 한 가지 효과적인 대화법은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가족의 특징을 살펴보면,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가로채거나, 흘려듣거나, 말할 기회를 주지 않거나, 동문서답으로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기만 해도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들어주는 사람에게 믿음을 갖게 됩니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공감하면서 듣는다면 상대방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특히 아이가 어떤 문제나 고민을 말할 때 부모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직접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보다는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주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화를 내거나 질책을 하거나 일방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경우, 아이는 말문은 물론 마음의 문까지 닫아버릴 수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스트레스라도 대부분은 스킨십과 대화로 풀 수 있습니다. 또한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해소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거나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세상을 좀 더 행복하게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습관이 스킨 십과 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