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차를 대신 운전해 목적지까지 배달해 주는 일. 흔히 새 차를 사거나 중고차를 거래할 때 탁송 기사님들을 만나게 됩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이 업계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운전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인지, 물가 상승률을 겨우 따라가는 수준의 보수만 겨우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과 탁송의 차이는 간단합니다.
대리운전은 손님을 차에 태우고 함께 이동하지만, 탁송은 차만 운전해서 목적지까지 가져다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탁송해야 한다면, 저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 차를 인수받아 다시 서울로 운전해 오는 것입니다.
운전을 좋아해서, 혹은 여러 차를 몰아볼 수 있다는 낭만적인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김혜자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습니다.
돈도 벌고, 다양한 차도 운전해 본다는 것의 꿈은 산산조각이 날 거에요.
알바 사이트를 통해 탁송 알바 구인 글을 보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름, 나이, 면허 종류, 운전 경험 유무를 적어 보냈더니, 대리기사 업체에서 탁송 일을 하려면 먼저 보험료와 관리비를 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시작부터 씁쓸했습니다.
탁송 콜을 잡으려면 ‘로지소프트 대리운전’과 ‘아이 드라이버’라는 두 개의 어플을 설치해야 했습니다. 로그인을 하려면 대리기사 업체에 등록을 해야 했고, 각 어플 이용료로 매달 만 오천 원과 육천 원을 내야 했습니다.
벌써부터 지출이 발생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플 화면에는 거리, 출발지, 도착지 정보와 함께 ‘100K’와 같은 표시가 나타났는데, 이는 10만 원짜리 콜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수동’ 표시는 수동 변속 차량, ‘톨포’는 톨비 포함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톨포 10만 원은 톨게이트 비용을 포함해 1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차를 탁송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콜 목록에서 원하는 콜을 선택하면 ‘배차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나타나고, 배차를 누르면 콜이 잡힙니다.
하지만 한 시간 안에 배차를 선택하지 않거나 취소하면 300원이 차감되었습니다. 차를 주는 사람, 받는 사람, 그리고 상황실, 이렇게 세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디로 가서 차를 받아야 하는지, 어디로 가져다줘야 하는지, 언제부터 탁송을 시작해야 하는지 등 연락이 정신없이 쏟아졌습니다.
출발 전에는 차량 계기판 사진을 찍어 상황실에 보내야 했고, 혹시 모를 문제에 대비해 차량 외관 사진도 꼼꼼히 찍어 두어야 했습니다. 일단 톨비만 15,000원이 나왔습니다.
국도로 가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거리를 국도로 이동하는 것은 시간 낭비가 너무 심합니다. 톨비를 제외하면 85,000원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제 손에 쥐는 돈은 훨씬 적습니다.) 인천의 한 수출 단지에 도착했는데, 컨테이너에 적힌 상호가 전부였습니다. 2시간 넘게 단지 안을 헤매야 했습니다. 차를 받는 사람이 마중이라도 나와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운전 경력이 10년, 15년 된 사람도 처음 가는 곳은 헤매기 마련입니다. 85,000원에서 밥값 10,000원짜리 한우 국밥을 먹으니 75,000원이 남았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천에서 대구로 가는 콜을 잡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숙소를 잡고 기다리면 가능하지만, 탁송으로 얻는 수익으로는 숙박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인천에서 영등포역까지 버스를 타고, 영등포역에서 대전역까지 기차를 탔습니다.
버스비와 기차비를 합쳐 13,000원이 지출되었고, 남은 돈은 62,000원이었습니다. 대전역에서 집까지 가는 교통비까지 생각하면 남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거의 12시간을 꼬박 투자한 일이었습니다.
운전도 하고 6만 원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콜비를 빼야 합니다. 20,000원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40,000원입니다. 아직 보험료, 관리비, 어플 이용료는 계산에 넣지도 않았습니다.
캄보디아나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는 괜찮은 직업일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아닙니다. 게다가 보험 보상 한도액은 3,000만 원에 불과하고, 30만 원의 자기 부담금도 있습니다.
고속도로나 일반 도로에서 돌멩이가 튀어 차에 흠집이 생기는 일은 흔한데, 이런 경우에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차를 주는 사람, 받는 사람, 상황실, 이렇게 세 곳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도 번거로웠습니다.
결국 이 일을 그만두기로 하고 대리기사 업체에 연락하여 보험 해지를 요청했습니다. 버스와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산 결과
수입: 100,000원
지출: 보험료 160,000원, 관리비 30,000원, 어플 이용료 21,000원, 교통비 25,000원, 콜비 20,000원, 식비 10,000원
총 손실: 176,000원
간단 요약
1. 콜비 포함 10만 원짜리 콜에서 운행 수수료와 콜비를 제외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6만 원 정도입니다. 3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것에 비해 운행료가 너무 적습니다. 월 고정 보험료, 관리비, 어플 이용료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돌아오는 콜을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300km나 되는 거리를 운전해야 한다면 운행료가 너무 적습니다. 단가가 낮은 이유는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전생에 탁송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 번만 해봐도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하루 3만 원 정도를 벌기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일입니다.
2. 보험 보상 한도액이 3,000만 원밖에 되지 않고, 30만 원의 자기 부담금도 있어서 위험 부담이 매우 큽니다. 돌멩이 튀는 것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도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습니다.
차를 주는 사람, 받는 사람, 상황실 등 여러 곳과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도 매우 번거롭습니다. 세상에 직업이 이것 하나뿐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일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탁송을 하느니 파지나 깡통을 줍는 것이 시간 대비 효율이 더 높을지도 모릅니다. 유튜버들이 올린 탁송 관련 영상들은 지나치게 미화된 부분이 많습니다.
정말 잘나가는 사람이라면 굳이 유튜브를 통해 부가 수입을 창출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일은 절대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동 중에도 다음 동선을 계속 짜야 하고, 미리 오더를 잡아두어야 합니다. 덥고 춥고 비 오고 눈 오는 날씨에도 오더가 잡히지 않아 하염없이 밖에서 대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간신히 똥콜이라도 잡았는데, 그마저도 금방 사라지는 상황을 겪다 보면,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오더 창에는 경유지 정보가 표시되지 않지만, 손님들은 경유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추가 요금을 받기도 어렵고, 콜센터에 연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죠. 출발지 회사에 도착했는데 차가 없어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다리다 보니 차가 오긴 왔는데, 차 안에 짐이 한가득...
아...더 말해 뭐하겠습니까...그냥 하지말라면 하지마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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