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잡는 저격수 ‘면역력’ “면역력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렇습니다.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 복잡한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결정적인 방법도 면역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온갖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들이 떠돌아다닙니다. 몸속에는 암세포가 수없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을 면역력이 방어하고 있는 것입니다. 몸에 암이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면역력을 키우면 암뿐 아니라 다른 질병도 이겨낼 수 있는 거죠.
면역이란 우리 몸에 어떤 균이 들어왔을 때 이것을 알아차리고 발병하기전에 퇴치하는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맞는 독감 예방 주사도 면역의 원리를 이용한 거죠. 일부러 약한 균을 몸에 집어넣어서 우리 몸 안의 면역 세포들이 달려들어 전부 잡아먹게 함으로써 그와 비슷한 균이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잡아먹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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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혈액 속의 백혈구입니다. 백혈구는 우리 몸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이를 감시해서 물리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을 지키는 상비군이라고 할 수 있죠. 백혈구는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종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식세포(마크로파지), 과립구(호산구, 호중구, 호염기구, 팀 T세포, NK세포) 등인데 우리 몸에 침입한 이물질을 잡아먹는 데 있어서 각자의 역할이 조금씩 다릅니다.
대식세포는 ‘식충이 세포'라 할 만큼 어떤 이물질이나 바이러스도 모두 먹어 치우는 거대한 세포입니다. 이물질이나 세균이 몸 안에 침투했을 때 이것을 감지하고 림프구와 과립구에 이들을 잡아먹도록 지시를 내리는 총지휘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물질이나 세균이 침투했을 때 실질적으로 맞서 싸우는 전투 병력은 과립구와 림프구입니다. 과립구는 분해 효소로 가득한 과립, 즉 알갱이를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분리돼,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이물질이 들어오면 바로 출동해서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림프구는 과립구가 없애지 못하는, 세균보다 훨씬 더 작은 바이러스 같은 이물질을 처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테면 특공대라고 할까요? 특히 림프구의 일종인 NK세포는 암을 죽이는 ‘저격’ 세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몸에는 약 50억 개의 NK세포가 있는데 암세포의 여부를 확인한 뒤 암세포라고 판단되면 단숨에 죽입니다. 면역력은 이 림프구의 작용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때문에 림프구의 비율이 높아지면 면역력도 자연스럽게 강해지고, 림프구의 비율이 낮아지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거죠.
면역력을 쥐락펴락하는 자율신경
“우리 몸에 그처럼 훌륭한 방어 체제가 있는데 왜 병이 나고 암에 걸립니까?” 얼핏 이해가 안 갈 수 있습니다. 좀 더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자율신경계가 다스립니다. 자율신경은 우리 몸속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백혈구 안의 대식세포, 과립구, 림프구의 비율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도 자율신경의 몫입니다.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병력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백혈구 한 세포들도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과립구와 림프구가 세포로서 몸에 유익한 것은 맞지만 적절한 비율이 유지되지 않으면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과립구가 너무 많을 경우 자신의 몸을 공격해서 활성 산소라고 불리는 산화 물질을 내뿜기 때문에 세포 조직을 파괴해 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암을 비롯한 질병의 70% 이상이 과립구의 지나친 증식 때문에 발생합니다. 림프구 역시 비율이 높을수록 좋지만 적정 비율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별것 아닌 이 물질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서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면역 세포들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바로 자율신경입니다. 자율신경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있습니다. 교감신경은 흥분이나 활동성을 높이는데 관여해서 에너지를 소비할 때 작용합니다. 부교감신경은 긴장을 풀어주는 데 작용해서 쉬거나 잠을 잘 때 활성화되는 신경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몸을 활동적으로 만드는 것은 교감신경이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을 먹으면서 긴장을 풀려고 하는 것은 부교감신경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면역 세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즉 교감신경이 우세하면 과립구가 늘어나고, 부교감신경이 우세하면 림프구가 늘어나게 됩니다. 우리가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과립구가 생기고, 잠을 잘 자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림프구가 늘어나 면역력을 높입니다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과립구와 림프구가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에는문제가 되죠.
직장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거나 잦은 야근 등 쉴 틈 없이 일하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게 되면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우세해져 과립구가 과다하게 생겨납니다. 또 늘 사소한 걱정거리를 달고 사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부교감신경의 긴장이 길어지면 림프구가 지나치게 많이 생겨납니다. 따라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잘 이루어야 면역 세포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래야 몸에 불쾌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자율신경의 균형을 잡으면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자율신경이 과립구와 림프구를 균형 있게 조절하는 덕분이죠. 그렇지만 우리가 몸을 혹사한다든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이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즉 과립구나 림프구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면서 균형이 깨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이 생기는 것이죠. 영양 불균형, 운동 부족, 과로, 불규칙한 생활 습관, 걱정, 스트레스 등은 자율신경의 균형을 깨뜨리는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면역력이 높은 20~30대에도 큰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암 환자의 연령이 점점 젊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하기에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몸을 단련하지 못하니까 근육량이 적어서 어른이 되어서도 체력이 쉽게 떨어집니다. 체력이 약하면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능력도 약해집니다. 아이들이 받는 공부 스트레스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높아집니다. 대학에 가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명문대를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가 가장 건강해야 하는 10~20대 청소년, 젊은이들의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율신경의 균형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솔직히 우리 몸의 자율신경이 학업·취업 스트레스를 바로잡아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스스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존 레이티 박사는 운동은 뇌를 위한 중요한 식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를 활성화시켜 주의력, 집중력을 높여주고 기분을 좋게 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운동은 공부할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공부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것입니다.
이 운동은 평생의 건강을 좌우하는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절대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운동하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운동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줄넘기, 팔굽혀 펴기 맨손 체조, 스트레칭, 걷기 등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면 됩니다. 식사도 그렇습니다. 매일 먹는 식사 한 끼, 한 끼가 모두 보약입니다. 아침을 수시로 거르거나 부실하게 먹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라면, 햄버거, 피자와 같은 패스트푸드를 즐기면서 편식과 폭식을 하다 보면 영양이 불균형해져 자율 신경이 균형을 잃게 됩니다.
특히 외식을 자주 하는 가족은 농약에 노출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게 되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을 먹는 것은 각종 오염물 덩어리를 먹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더군다나 체력을 과신하기 쉽고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10~20대라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간단하게라도 반드시 아침을 챙겨 먹고 육류보다는 채소와 과일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대화하면서 식사를 즐기는 것이 면역력을 높이는 최고의 식사법이라고 할 수 있죠. 자율신경의 균형을 깨뜨리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과로와 스트레스는 아주 중요한 요인입니다. 암을 비롯해서 질병의 절반 이상이 이 때문에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지적했지만 우리 국민들의 노동량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습니다. 학생들 역시 거의 온종일 책상에 앉아서 공부와 씨름을 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일과 공부에 매달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잘 쉬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히 휴식이라고 하면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쯤 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휴식이라고 할 수 없죠. 더욱이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은 오랫동안 일정한 자세로 한 곳만을 응시하도록 하기 때문에 척추와 눈을 피로하게 만듭니다. 더구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이나 게임은 정신적 흥분 상태를 만들기도 합니다.
쉬려고했던 것이 오히려 몸과 정신을 더욱 피곤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그럼 진정한 휴식은 어떤 것일까요? 육체와 정신, 영혼 모두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수면, 일기 쓰기, 명상, 여행, 산책, 식사, 운동 같은 활동이 해당됩니다. 특히 충분히 잠을 자면 육체와 정신이 쉽게 이완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수면 시간을 7시간 30분 정도가 되도록 노력하고, 밤잠이 부족할 경우 낮잠을 20분 정도라도 자는 것이 몸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잠깐 여유가 있을 때는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죠. 또는 일기를 쓰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좋습니다. 모두 몸을 이완시켜주고 정신과 영혼을 차분하게 해줍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화를 자주 내거나 반대로 감정을 항상 억누르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화를 자주 내거나 감정을 억누르면 교감신경이 항상 긴장 상태로 있게 돼 건강이 나빠집니다. 대표적으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소화 흡수가 잘 되지 않으면 장의 활동이 줄어들어 변비에 걸리기 쉽습니다. 심지어 잠이 잘 오지 않고 피로가 누적되어 심장에 부담을 주기도 하죠.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겠지만 얼마든지 덜 받을수는 있습니다. 선천적인 성격도 노력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너그러운 마음가짐을 갖도록 노력하며 슬픔이나 분노는 빨리 털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버려야 할 더러운 습관 중에 하나입니다.